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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정치꾼과 정치가

@김정호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입력 2022.04.03. 14:16
김정호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눈앞의 이해관계 보다 공적인 가치를 우선하라.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을 걱정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의 말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의 현실에서 유효한 경구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최선의 후보자가 없으니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상당했다. 심지어는 차선도 없어서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이번 대선 역시 대선후보들의 정치적 역량과 정책의 차이점과 지도자로서 자질과 소양을 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대선이었는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제는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되려는 입지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후보자들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누가 정치꾼이고 누가 정치가인지 옥석을 가려 좋은 후보자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 우리사회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현실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정치가는 드물고 정치꾼들만 가득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인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권자로서 늘 선택을 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유권자가 행사하는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이사열전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들에게 거울과도 같은 귀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사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일등공신이고, 진시황을 도와 통일제국을 설계한 인물이다. 이사가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실시하였으며, 도량형을 통일하고 법률을 정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거부하지 않았기에 그 크기까지 이룰 수 있었으며(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강과 바다는 가느다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었다.(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는 내용의 이사의 상소문 간축객서는 2천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도 명문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사는 공적만큼이나 과오가 큰 문제적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진시황 사후 조고의 농단에 합세하여 진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경세가라고 평가받던 이사가 정치가가 아니라 권력을 탐하고 야합하는 정치꾼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결정적인 오점이다. 사마천 사기에 대한 연구자인 한자오치의 이사에 대한 평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일개 평민이 개인적인 득실에 연연해 이기적이 되면 그 해악은 그저 본인 한 사람에게 국한되겠지만, 직위가 높고 대권을 장악한 자가 개인적인 득실에 연연하면 그 해악은 본인만이 아닌 국가와 민족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기 때문이다.'

선거권자의 품격과 수준은 피선거권자의 품격과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의 상호 역할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한 이유이다. 프랑스의 보수주의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좋은 지도자와 좋은 정부를 가지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인식과 수준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경구로 인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고 일갈했다. 플라톤의 말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투표권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일 것이다.

20대 대선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메스트르와 플라톤의 말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다가올 다음 선거에서는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로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가를 만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김정호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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