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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변호사 [무등일보 아침시평]법과 현실 사이의 거리 좁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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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운영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66회   작성일Date 22-04-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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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현실을 반영하고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실정법과 일반 국민의 법 감정이나 상식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가 있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은 법률가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근 아들이 3살 때 재혼하여 떠났다가 54년 동안 연락이 없던 생모가 미혼인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가져가려는 인면수심의 행태에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자식에 대한 양육 의무를 내팽개친 나쁜 부모가 자식이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불합리는 실정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일회성으로 그친 문제가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현재진행형의 사회적 문제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부사관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던 경우, 가수 구하라와 2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모가 딸에 대한 상속재산을 요구했던 경우, 조현병 환자의 역주행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연락 두절이던 친모가 딸의 유산을 가져가려 했던 경우 등이 비슷한 문제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실정법과 일반 국민의 법 감정이나 상식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이를 좁히는 우선적인 해결 방법은 법의 내용을 보완하는 일이다. 현행 민법의 상속결격 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 등으로 법을 개정하여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위반한 경우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내용의 일명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된 이후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이 먼저 통과되어 시행 중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공무원이 사망한 경우에는 양육 책임이 있던 부모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 심의를 거쳐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정되었고,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다가 2019년 순직한 모 소방관의 친모에게 최초로 적용되었다.

    모든 사회현상에 대응하여 법이 이를 완벽하게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에는 법과 제도가 완비된 경우보다는 미흡한 법과 제도로 인하여 여전히 불합리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는 불가피하게 미흡한 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불합리를 개선할 수밖에 없고, 이는 주로 법률가들의 몫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애써 모른 척하고 넘기면 편할 상황을 만나게 된다. 법률과 기존의 판례대로만 접근하면 편리하고, 당사자의 구체적 사정을 귀담아 들어주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을 위해 변호하는 과정에서도 애써 모른 척하고 넘어가면 정의나 구체적 타당성은 어긋날지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 물론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대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변호하거나 대리하면서 기계적으로만 법을 해석하고 변론하기에는 너무도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여 갈등할 때가 종종 있다. 변호사로서 구체적 사건에서 당사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법률의 규정에 대한 해석이나 현재의 대법원 판례의 내용에 비추어 법리적으로는 패소가 예상되지만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는 판례변경의 필요성이 있거나 최소한의 합리적인 조정이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사건을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법의 형식논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주변의 어려움이나 구체적 타당성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자세가 법률가들에게 필요하다.

    공부를 잘 하고 스펙을 갖췄지만 다양한 사회적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 엘리트들이 주로 법조인으로 양성되는 시스템 하에서는 복잡다기한 갈등과 분쟁이 자칫 정해진 수학 공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풀 듯이 접근될 우려가 있다. 법의 형식적이고 기계적 해석과 적용은 차라리 법률가의 직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이 낫다는 비판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사건에는 각자의 인생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티끌같이 가볍고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는 태산처럼 무겁고 중대한 일일 수 있다. 진정성과 공감능력에 기반한 소명의식으로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법조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합리적 재량권의 행사를 통한 정의와 구체적 타당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이 법률가들에게 필요하고, 그와 같은 노력이 법률가의 존재 이유를 사회에 증명하는 길이 아닐까? 김정호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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